지난주 선배 Y를 만나기 위해 무리한 덤핑조인트를 감안하고 부천에 갔다. 선배 Y도 자신의 선배 J를 만나야하니 시간도 안 맞고 그냥 같이 보자는 것이다. 1층에 있는 민속주점 비슷한 음식점에 들어간 선배와 나는 J가 오길 기다리며 소주 몇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던 중 J가 도착했다. Y와 J는 국내 대기업인 S그룹에 다니고 있다. 사내 선후배 사이로 얼마 전 상을 당한 J를 위로하기 위한 자리였다. 항상 그렇듯이 깍듯이 인사를 한 후 서로 소개를 하였다. 난 둘의 대화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말을 아꼈다. 상을 당한 J는 요즘 마음도 우울하고, 외로운 모양이다. 대화가 그리 밝지 못했다.
2차를 bar로 옮긴 후 잠시 화장실에 가려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장갑이 사라졌다. 알고보니 J가 무의식중에 자신의 것인줄 착각하고 가방에 집어넣은 것이다. 그 잠깐의 happening으로 J와 나는 웃으며 장난과 스킨십을 번갈아가며 술을 하게 되었고, 어느정도 술이 올랐을 때 Y가 J에게 “M(나) 어떠냐?” 물었다. 가만히 담배를 피우던 나는 옆에 앉은 J를 바라보니 J는 쑥스러운지 “에이~ 어리잖아. 나이차이 때문에 안되.”라며 어슬픈 웃음을 지었다. Y는 “뭐 어때? M이 선배 좋아해도 뿌리칠껀 아니잖아?”라고 되묻자. J는 “얘가 나를? 에이~ 말도 안되.”라며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Y는 내내 “그건 모르는 거야.”라며 J에게 술을 따랐다.
내가 본 J의 첫인상은 She has an hourglass figure. 키가 165정도 되는 glamour girl이다. 물론 나이는 30대 초반이라 진짜 girl은 아니지만, 성격도 온순하고 포근한 이미지였다. 긴 생머리에 뿔테안경을 착용한 J는 좀 선생님 concept 이랄까. 좋게 무르익은 분위기에서 갑자기 예전 girlfriend의 전화가 왔다. 좀 난감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숨김없이 통화했다. J는 나의 전화에 무지 관심을 보이면서 “헤어진 여자친구와 왜 만나기로 약속을 했어? 다시 잘해보려고?”라고 물었다. 나는 그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자 J는 나에게 바람둥이냐며 질책을 시작했다. 나는 그게 아니라 헤어진 여자친구가 나를 보고 싶다며 안면몰수하고 전화를 할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고, 내가 굳이 걔를 피할 이유가 없기에 걔가 바라는대로 만나주겠다고 수락한거지. 내가 보고 싶어서 보는 건 아니라고 딱 잘랐다. 엡솔루트가 바닥이 드러날때쯤 J는 Y를 보내고 한잔 더 하자며 은근슬쩍 물어봤고, 나는 사양했다. “이따가 동네로 돌아가서 전 여자친구를 만나기로 약속을 해서 어쩔 수 없이 지켜야 한다.”며 택시를 타고 돌아서는데 솔직히 아쉬움이 컷다. 그래도 명함도 받았고, after를 약속해서 미련없이 출발했다. 지금은 그 after의 적절한 시기를 재고 있을 뿐이다.
<이미지 출처 : www.stylepea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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